여름철(시) - 허신행 시인

신한뉴스 | 입력 : 2021/07/22 [07:51]

 삼복이 시작되면
물가에서 즐기는 그리운 놀이
천렵(川獵) ,
장마가 쏟아낸 빗물들이 다소곳이 해질 때 즈음
냇가나 실개천에서
혹은
마을을 감고 휘돌아 흐르는
강가나 샛강에서
불어난 물속 물고기가 풍족해지는 여름이면
한여름 뙤약볕을 이고
낮게 흐르는 샛강에
쪽배 노를 저으며 그물을 쳐놓고
다른 한쪽에선
훠이훠이
목청 높여 지르는 소리와 장대질하며
쳐놓은 그물 쪽으로
물놀이해가며 고기 몰이를 해댄다.


그렇게 저렇게 물놀이 후
그물을 걷어 잡아낸 물고기들이
모래무지, 버들치, 꺽지, 참붕어, 쏘가리, 피라미들 한가득 손질하고
강가 돌들 가져다 솥 걸이를 만들고
장작불을 지펴서 솥을 걸어
얼큰 양념 끓는 생선 국물에
밀가루 치댄 수제비
뚝뚝 떼어 투박스레 던져놓으면
그 위 언저리로
국수를 부챗살같이 좌르르 펼쳐 넣어
국자로 휘휘 저어 익힐 즈음
버들가지 꺾어다
큼지막한 고기들을 꿰어
소금만 솔솔 뿌려
불 위에 올려놓으면
타다닥타다닥
장작 타는 소리와
조로로 록 매달려 익어가는 고소한 냄새
맑은 물이 키워낸 고기 맛은
고소하고도 담백한
그리고
소박한 고향의 맛 
천렵(川獵)
이제는
문명의 이기주의 속에서
점점 잊혀가는 놀이가 되어버렸다.

 

 

♧ 허신행 시인

1960년생
중앙대학교 철학과 졸업
1983년 대학로 상록수 등단
시집 :: 새벽닭, 흔적, 시국 등
대한교육신문 시 부문 우수상 수상 외 다수
문학신문 신춘문예 2020 당선
산해정인성문화진흥회 남명시화전 인성상 수상
2021(사)대한방송 언론기자연합회 세계참좋은 인재 대상 한국문학발전부문 수상
현 신정 문학회 부회장
현 대한 시문학협회 이사
현 21세기 문학협회 부회장
현 세계문화예술 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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